4월 4일 올란도에서의 둘째날 우리 식구는 모텔 구내의 풀장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마치고 서둘러 매직 킹덤으로 향했다. 출입문에 들어서자 어릴 적부터 가슴 설레게 만들던 신데렐라城이 저멀리 우뚝 서 있었다.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승합 마차를 탔다. 그러나 막상 신데렐라성에 들어가보니 그 안에는 왕궁도, 무도장도 없이 간이매점이 하나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꿈은 환상의 세계에 두어야지 각박한 현실 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환상의 나라의 어트랙션인 일곱 난장이의 지하 세계, 피터 팬의 런던 상공, 노틸러스호의 심해 해저―우리 식구는 하나라도 더 많이 타보려고 장사진의 꼬리를 붙들고 한참씩 기다렸다가는 잠깐의 즐거움을 맛본 후 조금은 실망을 하면서 밖으로 나오곤 했다. 그렇고 그런 세트를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을 태워 돌리는 것이었다. 다만 배를 타고 여행하는 스몰 월드에서는 萬國 인형들이 합창으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기에 흥겨웠다. 다만 한국 인형은 단 한 쌍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낮에 간간히 내리는 소나기는 사람들의 편을 가른다. 비를 피해 사람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과 한 곳이라도 더 구경하려고 악착같이 빗속을 뛰어다니는 사람. 우산이나 우비를 준비한 사람과 빈손으로 비를 맞고 다니는 사람. 우리 식구도 우비를 사들고 매직 킹덤 순례를 계속하였다. 오후 3시 디즈니 캐릭터의 퍼레이드는 빗속이라 공연하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이나 별로 열의가 없어 보였다.
비가 그친 뒤 찾아간 모험의 나라에서는 배를 타고 熱帶우림을 여행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여 줄을 섰더니 안으로 들어갈 수록 九折양장이었다. 한참만에 배를 탔으나 이번에는 정글에서 코끼리와 구렁이, 하마떼가 배 승객을 위협한다. 선장의 총소리에 쫏겨가는 짐승들 뒤로 식인종이 나타나고 사파리하는 사냥꾼들도 지나갔다. 어떻게 실물과 똑같이 만들었을까. 첨단과학을 이용한 지혜가 놀라웠다.
미국 역사관(Hall of Presidents)에도 들렀다. 큰 홀에서 建國지도자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고, 링컨이 노예문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된 것을 수습하는 과정을 멀티 프로젝터로 보여주었다. 압권은 역대 대통령을 전부 모셔놓고 미국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장면이었다. 링컨의 일장 연설을 들으며 미국은 풀뿌리부터 民主공화국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二輪유람선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선유한 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매직 킹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