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리 가족은 미국 대륙의 '남쪽 끝'(Southernmost)까지 왔다. 4월 9일 아침 모텔 구내 풀장에서 11시까지 수영을 한 후 트롤리 버스를 타고 시내 구경을 하였다. 올드 타운의 도로는 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이다. 미국 사람들도 옛날에는 이렇게 좁은 길에서 살았나 보다.
메인주에서 달려온 페더럴 루트 1번 도로 남쪽 종착점에서 사진을 찍고 헤밍웨이 기념관을 찾아갔다. 헤밍웨이가 자살하기 전까지 집필활동을 하였던 집에는 관광객들과 고양이들만이 우글거렸다(헤밍웨이는 유산의 일부를 고양이앞으로 떼어 놓았다 함). 트루만 대통령이 휴가를 즐겼다는 별장을 둘러보고 어제밤 눈여겨 두었던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올란도 귀환길에 올랐다.
어제 기대와 흥분 속에서 달렸던 길이 지금은 졸음과 피로를 더할 뿐이었다. 세븐 마일 브리지에서는 차량 왕래도 뜸하기에 핸들을 집사람한테 맡기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차량왕래가 많지 않은 플로리다 턴파이크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75마일에 세팅해 놓고 달렸다. 마스다는 액셀 페달을 밟아주는 만큼 잘 달려 주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고속도로도 언젠가는 출구로 빠져 나오게 되어 있다. 며칠만에 다시 보는 키시미 거리가 매우 낯익어 보였다. 레코드 모텔에는 10시반이 넘어 도착하였으나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냉장고 있는 방에 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