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의견

법무부 동산담보법 특별분과위원회 - 앞줄 좌에서 두번째가 필자, 그 다음이 하경효 위원장, 맨 오른쪽은 주무 이지원 검사 법무부는 2009년 7월 3일 동산, 채권, 지적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과 그 등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법안은 부동산 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동산 채권 등을 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쉽게 빌려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부동산담보 중심의 대출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동산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2008년 3월부터 법무부 특별분과위원회(위원장: 하경효 고려대 교수)에 참여하여 법안 제정에 깊이 관여했었다.
그러나 같은 법안을 연전에 마련한 법원행정처와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필자의 주장이 누락됨에 따라 필자는 2009년 7월 17일(금) 서울 우면동 소재 교육단체총연합회 다산홀에서 열린 공청회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하여 의견을 발표하게 되었다.
법무부는 공청회 때 나온 의견을 수렴하여 금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o 법무부 법안
o 법무부 보도자료
o 법안제정에 참여한 김재형 서울대 교수의 발제문
o 필자의 지정토론문

필자는 본 법안의 핵심 사항인 동산담보에 첨단 정보기술(RFID)을 접목시켜 담보관리를 효율화하자는 주장을 여러 기회를 통해 줄기차게 개진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에 법안을 상정하는 단계에서 필자의 주장이 상당 부분 누락된 것을 보고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심정으로 아래와 같은 의견을 표명하고자 한다.

법안에 대한 기대와 실효성

첫째, 이 법안은 부동산담보가 없는 중소기업들도 은행돈을 쓸 수 있게 하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값나가는 기계설비나 재고자산,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히고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안을 보다 널리 개인사업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담보권설정자의 범위를 상호등기를 한 자가 아니라 사업자등록을 한 자로 수정해야 한다. 공청회 때 토론자로 나온 중소기업청 국장도 "국세청장이 새로 바뀌었으니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등기소가 성인인증을 하는 민간 신용조사회사만큼 구실을 못해서야 어찌 u-Government라 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채권은행들은 아주 곤란한 경우에 처하게 된다.
예컨대 대출은행이 등기소의 채무자DB(본 법안에 따르면 법인등기부, 상호등기부)에는 담보로 제공한 동산이 뜨지 않아 선순위 권리자가 없는 줄 알았는데 국세청의 사업자등록DB에는 채무자 이름이 달리 표기되어 있고 국세 체납액이 있다고 하면 채무자 검색을 하였던 은행은 채권회수에 있어 낭패를 보는 것이다.
바로 미국의 Spearing Tool 케이스로 필자의 논문 "전자등기 검색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ABL의 유용한 수단

법부부 공청회에서 지정토론을 하는 필자 둘째, 이 법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은행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필자가 공청회의 클로징 멘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은행원들도 이 법안이 가져다줄 Merit와 Benefit에 빨리 눈을 떠야 한다.
이를테면 금감원을 통해 ABL(asset-backed loan)의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하면 될 것이다. 공청회 때 별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 법안의 최대 이점 중의 하나는 기업의 매출채권, 지재권 등을 Bulk로 담보제공하고 은행 대출(ABL)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은행들이 설비자금을 공급할 때 공장저당권에 목록추가하는 식으로 공장기계설비를 공동담보와 일괄경매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관행이 있다.
이를 통해 공장자산 일체를 M&A 같은 방식으로 유능한 사업자에게 양도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는 공장 및 광업재단저당법의 대상이 된 동산을 배제하고 있는 바, 채권은행이 편리할 대로 담보를 취득할 수 있게끔 이 법에 의하여 담보취득한 동산도 공장저당권의 대상으로 편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오늘날의 담보제도가 교환가치가 아닌 수익가치(cash flow)를 파악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ABL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시된다.

IT산업 발전의 기폭제

셋째, 이 법안은 단순히 채권자-채무자인 은행과 기업의 범주에 그칠 게 아니라 IT산업발전과 관련법제와 기술의 해외수출 쪽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고리가 바로 담보 동산에 RFID 태그를 붙이는 것이다.
위원회 심의 때도 RFID에 관하여 전혀 이해가 없는 민법교수들을 위해 전문가를 초치하여 RFID 실물도 보여주고 현재 우리나라의 RFID 기술수준과 이용사례를 설명하였다.
그 결과 위원회와 법무심의관실에서는 법안의 정의 및 등기절차 조항에 전자식별표{RFID를 포함한 광의의 자동식별데이터수집(automatic identification and data capture: AIDC)장치}만 언급하고 자세한 사항은 시행령에 규정하기로 최종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법무심의관실 라인이 모두 바뀌면서 법원행정처를 설득하지 못하고 법안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달청은 앞으로 정부 소유의 물품을 RFID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기로 한 사실이다.
정부 소유의 물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다가도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 시장에 흘러나올 수도 있는 마당에, 법령에 입각하여 AIDC에 기록할 정보를 표준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구난방으로 데이터를 입력할 것이므로 정작 필요한 정보가 누락될 수도 있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 물품이 무슨 사유로 사적으로 거래되는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등기·등록관련 예산의 중복지출 - 조달청의 정부 조달물품 등록, 등기소의 동산담보등기, 금감원의 유동화자산 등록 등 - 이 문제될 수 있다.
반대로 법원 등기소의 전자등기 시스템이 일단 구축이 끝나면 몇 가지 데이터를 추가하는 일도 결코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안에 반영되더라도 전자식별표의 적용은 어디까지나 채권자, 채무자가 합의하여 결정할 사항(option)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유통 물류에 RFID나 2차원 바코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시행상의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거나 담보관리의 어려움을 덜게 될 채권은행으로부터 일부 보조를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 수요의 증대

넷째, 이 법안에 전자식별표가 포함되면 관련 서비스업이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담보물의 모니터링, 관리 및 평가, 처분 등은 채권은행 실무자를 대신하여 IT로 무장한 서비스 업체가 수행하게 된다.
전자식별표를 통해 수집·축적된 DB를 활용하기로 하면 불가능한 작업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 서비스 업체는 이미 물류관리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은 만큼 은행원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다.
또 그린홈 1백만호를 건설한다고 할 때 태양열주택 설비자금을 대준 은행은 담보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예 손을 놓거나 전문 서비스업체를 이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전자식별표가 부착 또는 내장된 고가의 기계장비나 재고물품이 무단 반출되었을 때 몇 단계 손을 거치면서 선의취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도 미국 부동산 Title Insurance(부동산소유자 Search 과정에서 권리를 상실하게 된 사람을 위한 권원보험) 같은 보험상품을 도입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식별표를 부착 또는 내장한 기계설비, 재고자산의 DB를 작성하고 이를 모니터링, 관리, 평가, 처분을 대행하는 업체에서는 담보법제와 기계설비 등 자산의 성능과 가치평가를 웬만큼 아는 젊은이를 채용해야 한다. 간단히 재물 센서스 조사요원을 상시 채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신규 고용창출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우리의 법제와 기술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다면 젊은이들의 해외진출도 촉진되니 얼마나 좋을까!
필자는 폴란드가 미국의 담보법제(UCC Article 9)를 도입하면서 미국 법률가뿐 아니라 HW/SW회사, 그 운용요원이 동유럽에 대거 진출한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도 이와 같은 우리의 선진법제와 기술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창조

끝으로 Banking이 IT(컴퓨터 기술)와 접목하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씨티뱅크의 존 리드 회장과 오늘날 티맥스의 박대연 회장 이야기를 곧잘 해준다.

존 리드 회장은 본래 공대 출신으로 전산부에 배치되었을 때 은행업무의 전산화에 박차를 가했고, 주 경계를 넘어 은행영업을 할 수 없는 실정법상의 한계를 ATM을 설치하는 것으로 극복하였다.
그 결과 씨티뱅크가 리테일뱅킹과 온라인뱅킹의 최대 강자로 군림하는 토대를 구축하였고 트래블러스 보험회사와 합병할 때까지 씨티코 회장을 역임하였던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박대연 회장은 본래 한일은행 전산부 행원이었다.
남들이 기피하는 전산부에서 13년씩이나 썩는(?) 동안 우리나라 은행 전산시스템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되었다.
그가 만학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을 때 그 문제점을 극복하는 기술적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초단기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KAIST 교수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필자도 은행의 담보관리업무에 RFID 첨단 정보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블루오션이 펼쳐질 것이라 상상해보곤 한다.